추자도의 멸젓과 리어커

추자도는 언덕위로 골목골목
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.
한사람겨우 들락 말락한 골목들이
굽이굽이 미로처럼 모였다 풀렸다 한다.
마치 우리 인생을 닮았다.
그 골목에는 하나같이 큰 고무통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.
이름이 써 있는 통들도 종종 보인다.
바로 멸젓
추자의 명물 멸치젓이다.
모든 집집마다 크고 작은 여러 고무통들에는
싱싱한 멸치와 천일염이 섞여
잘 삭혀져 고소하고 깊은 바다의 맛을 만들어 내고 있다.
도토리집의 서귀포 남원의 사람들과 수많은 세월을
같이 살아온 밀감 귤처럼
추자에서는 이들의 삶과 같이
살아온 멸젓은
섬이라는 이곳의 즐거움 서러움들이 모두 담겨져  잘 삭아지고 있었다.
그렇게 섬의 모습을 닮은 멸젓은
추자의 진정한 모습이였다.
또한 골목골목을 날으는 이동수단은 단연 리어커이다.
멸젓은 물론 모든 물건들을 실어 날으는 것은
자동차도 트럭도 아닌 바로
이 리어커
바닷가라 해풍에 빗물에 녹이슨
리어커는 새 리어커와 나란히 멸젓을 가운데 두고 골목 한자리를
지키고 있었다.
내 인생은 이미 어느새 녹슨 리어커에
가까와 가고 있다는 생각이 스쳤갔다.
항구에서 골목길 너머 멸젓을 머리에 이고
가는 어머님의 뒷모습에
나는 진한 진차 추자의 모습을 만나고 있었다.
내삶도 잘 삭아지고 있는걸까?
나이 50이 되어 삭아져가는 내모습에서
고소하고 깊은 맛이 날수 있을지...
힘들고 어려웠던 내모습에서 썩어지고있다고 생각하는순간
난 다시 추자의 멸젓을 생각하며
그건 잘 삭아지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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